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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레이시아와 옥타비아의 싸움 이후에도 SS랭크 몬스터끼리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스노우에게 패배를 인정하기는 했어도, 다른 몬스터들까지는 인정할 수는 없었던 바야바가 기류에게 도전했다.
그런 바야바에 맞서 기류를 상대하고 싶다면 자신부터 쓰러트리라는 멜류시오의 싸움이 있었다.
승자는 멜류시오였다만, 압도적인 승리라기보다는 치열한 공방 끝에 어렵사리 승리했다는 것에 가까웠다.
멜류시오에게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이점이 없었다면 승자가 뒤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멜류시오와 바야바의 승부 이후 이번에는 잠자코 있던 아리파가 움직였다.
옥타비아와의 서열 정리 이후에는 싸움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것 같지만, 조금 생각이 바뀐 것 같다.
다른 이들과도 서열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얻어맞은 옥타비아의 울분을 나름대로 풀어 주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아리파는 기류에게 싸움을 청했다.
이번에도 멜류시오가 저부터 쓰러트리라 말하기는 했으나, 이미 바야바와의 싸움으로 지친 그는 회복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애초에 기류부터가 아리파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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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성사된 둘의 싸움. 파워볼게임
무척 살벌한 공방이 몇 차례 오간 끝에 승자는 기류가 되었다.
바야바나 엔트리파워볼 멜류시오 때처럼 둘 다 엉망이 된 것은 아니었다.
기류나 아리파 모두 상태가 무척 온전했는데, 싸움 도중에 아리파가 먼저 제 패배를 인정한 까닭이다.
그 모습을 보니 애초부터 아리파는 그닥 승리할 EOS파워볼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냥 모두에게 자신을 얕보지 말라고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랄까?
만약 아리파가 로투스바카라 끝까지 싸웠다면 기류도 그리 쉽사리 승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아리파는 원래 바닷속에 살던 몬스터. 로투스홀짝
물 밖에서 싸우는 것에는 당연히 페널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을 알았던 것일까?
싸움이 끝나고 나서 기류는 아리파에게 조용히 감사를 전했다.
[나도 물속에서 싸웠으면 달랐을 거라고! 다 다시 싸워!] 훌쩍거리던 옥타비아가 그리 소리치기는 했으나, 아무도 신경 쓰는 이가 없었다.
그나마 아리파가 ‘그래, 그래.’하고 적당히 달래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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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파와 기류의 싸움 이후에는 옥타비아와 바야바의 싸움이 있었다.
어느 정도 몬스터끼리의 서열이 정해진 지금, 사실상 최하위 결정전이나 다름없는 싸움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았던 것일까?
원래도 그랬지만, 싸움에 임하는 둘의 자세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나로서는 그냥 적당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만, 양쪽 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그런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오늘의 승부 중 가장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 여파를 생각해 레하트나에게 따로 결계를 부탁했을 정도다.
SS랭크 몬스터들에게는 큰 상관이 없을 테지만, 그 밑의 다른 녀석들은 다를 테니까.
그렇게 몹시도 살벌했던 싸움의 승자는 바야바로 결정났다.
승리의 기쁨에 포효하는 바야바와 억울한 마음에 대성통곡하는 옥타비아의 모습이 몹시 비교되었다.
바닷속이었다면 이야기가 꽤나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만, 이미 승패가 난 마당에 어쩔 겨를이 없다.
정 분하다면 다음에 제대로 리벤지를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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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주변 환경이 불만이라면, 제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꿀 생각부터 했어야지.
무식하게 그대로 들이받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옆에 무척 넓고 깊숙한 호수가 떡하니 있기도 했고, 정 안 되면 직접 싸우기 적합한 곳을 만들어 버리면 문제가 없었다.
그런 걸 어떻게 만드냐고?
나라면 가능하다.
그건 애초에 나라서 가능한 거라고?
그렇다고 치기에는 아리파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원래 있던 곳처럼 깊은 바닷속처럼은 안 되지만, 그 근처라면 어떻게든 마법으로….] 옥타비아의 눈치를 보며 아리파가 조용히 답해왔다.
그런 아리파의 모습에 옥타비아가 다시 한번 훌쩍거렸다.
자신도 언젠가 마법을 익힐 거라며 연신 중얼거린다.
저 옥타비아가 마법이라….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못해도 십수 년 정도는 지나야 원하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뭐, 마법에 능통한 아리파가 옆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준다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몬스터들끼리의 서열 정리가 모두 끝이 났다.
스노우와 레이이사가 가장 위, 그 밑으로 기류와 아리파, 멜류시오와 바야바, 그리고 옥타비아 순이다.
레하트나는 한 번도 싸움을 하지 않았기에 제외되었는데, 실질적인 서열은 기류보다 위다.
한번 분노했을 때의 레하트나를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별다른 반발이 없었지만, 옥타비아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레이시아의 눈치를 봐서 크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조용히 꿍얼거리고 있는 게 보인다.
저러다 한번 분노한 레하트나에게 혼이 나 봐야 또 정신을 차리겠지….
별로 상관할 바는 아니기에 조용히 무시했다.
스노우와 레이시아는 서로 싸우지는 않았지만, 은연중에 레이시아가 스노우를 저보다 높게 쳐주었다.
아무래도 내 부인으로서의 스노우를 존중한 것 같은데, 그래도 원래 실력은 레이시아 쪽이 좀 더 높았기에 스노우 역시도 그런 그녀를 배려해 주었다.
애초에 친구 사이인 둘이기에 별로 싸울 일도 없다.
[그래서 스노우. 언제쯤 나를 두 번째로 인정해 줄 거지?] [닥쳐라, 간악한 용! 감히 서방님을 탐내다니!] …아무래도 서열 정리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에서 직통으로 전해져 온 권제나의 실종 소식에 레이샤는 조용히 침묵했다.
반년이 훌쩍 넘는 시간 자리를 비운 탓에 한가득 쌓여 있는 업무들도 이미 안중에 없었다.
수많은 후회들이 그녀의 가슴에서 울렁거렸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 은철우의 장례식에 자신이 직접 찾아갔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차라리 함께 미궁에 들어가자고 자신이 부탁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은철우의 죽음이, 권제나의 실종이 꼭 모두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지금껏 수많은 죽음과 이별을 겪어온 그녀였지만, 처음 사귄 믿을 수 있는 동료이자 친구의 죽음은 그 어떤 것보다 마음이 아팠다.
진한 상실감에 가슴 한쪽이 끝없이 공허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슬픔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레이샤는 이제 둘밖에 남지 않은 SS랭크 헌터이자, 세계 헌터 연맹의 의장.
친구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눈물 흘릴 여유도 없다.
여지껏 수많은 죽음과 이별들에 그러했듯 언제나처럼 가슴 한구석에 조용히 묻어둘 뿐이다.
그녀를 필요로 하는 곳이,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조용히 눈을 껌뻑이며 슬픔에서 벗어난 레이샤가 빠르게 처리해야 할 업무들을 살폈다.
시급히 살펴야 할 것은 실종되기 전 권제나가 제게 부탁했던 것.
키메라 프로젝트.
사실 이에 대해서는 권제나에게 듣기 전부터 레이샤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과거 노관식이 그랬던 것처럼 누구도 믿을 수 없었기에, 또 이 일이 알려졌을 때의 파급력을 생각해 극비리에 조사하고 있었을 뿐이다.
오히려 세계 헌터 연맹이라는 거대한 단체의 수장으로서 레이샤는 노관식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간신히 그 실체만 파악한 노관식과 달리 레이샤는 그 실질적인 뿌리에도 어느 정도 닿고 있었다.
다른 이들처럼 정확히 키메라를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당장 고독에 당한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누구인지부터 세계 각지에 흩어진 키메라들의 시설에 대해서 꽤나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 있는 존재.
이들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도 어렴풋이 파악한 상태.
확실한 물증은 없었지만, 심증으로는 거의 확실하다.

원래는 권제나의 힘을 빌려 함께 소탕할 예정이었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 그것은 실현 불가능이었다.
‘…혼자 상대해야 하는 건가? 그 사람을….’ 처음 그의 정체에 대해 파악했을 때는 제아무리 레이샤라도 당혹을 금치 못했다.
설마하니 다름 아닌 그가 이번 일에 배후였다니.
적어도 레이샤가 아는 그 사람은 세상일에 무관심하고, 강해지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아니, 강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기에 이런 짓을 벌인 것일지도 몰랐다.
레이샤가 침중한 얼굴로 손에 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과거 성재명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성재명이 없는 지금에 와서는 그 누구도 의심치 않는 최강의 헌터.
그녀와 같은 SS랭크 헌터이자, 이제는 단둘밖에 남지 않은 존재.
미국의 가진 최강의 창이자, 방패.
가르시아.
그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그에 관한 자료가 적힌 서류를 내려다보며 레이샤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었다.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레이샤가 그 가르시아와 싸워서 이길 확률은 고작 해봐야 3할 정도.
그마저도 레이샤의 장기인 원거리 저격으로만 승부를 결정 지었을 때의 얘기다.
직접적인 전면전은 아예 승률이 없었다.
그렇기에 권제나의 도움을 받아 그를 제압할 예정이었으나, 지금에 와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권제나 말고 다른 헌터들을 동원해 그를 제압한다?
아쉽게도 그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장 레이샤가 부리는 공격대인 예거즈 내에서도 가르시아를 존경하는 이들이 몇 명인가?
사적으로 가르시아를 따르는 이들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그 밑의 키메라들은 또 몇인가?
아예 세상에 이번 사실을 공개해서 가르시아를 공적으로 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그로 인해 세상이 겪을 혼란을 생각하면 이는 최후의 수나 다름없었다.
실질적으로 세계 헌터 연맹 의장인 레이샤를 뛰어넘는 명성과 힘을 가진 가르시아.
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레이샤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이었다.
‘한국의 협회장과 접촉해봐야 하나?’ 권제나가 없는 지금에 와서 노관식과 협조하더라도 그가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레이샤 외에 키메라에 대해 처음으로 파악한 사람인 만큼 나름대로 메리트가 있을 터였다.
무엇보다 그가 현재 한국에서 하는 개혁은 평소 레이샤가 생각하는 바와 같은 헌터들의 규제.
레이샤가 보기에는 조금 과격하다시피 진행 중이기는 했으나, 어쨌든 생각하는 바는 같았다.
단순히 이번 일뿐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조금씩 교류를 늘려가면 후에는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한 명의 아군이 되어 줄 수는 있겠지.
문득 차오른 답답한 마음에 레이샤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미궁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뛰어다니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권제나와 함께한 요 몇 개월간의 미궁 생활은 무척이나 신이 났었는데….
다시 한번 떠오른 소중한 친구와의 기억에 레이샤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와 사귄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권제나는 레이샤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 상대였다.
레이샤를 SS랭크 헌터이자, 세계 헌터 연맹의 의장이 아닌 단순히 평범한 한 명의 사람으로서 봐준 유일한 상대.
잠시간 느릿하게 눈을 껌뻑이던 레이샤가 이내 조용히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그녀의 복수를 해주겠다고.
분명 지난 용암 구역 원정에 관련된 이들이 하나둘 당하는 중이라 했던가?
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언젠가 그녀의 앞에도 그 모습을 드러낼 터.
같은 SS랭크인 권제나까지 당한 이상, 레이샤 역시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레이샤는 조용히 그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라는 것이 생각보다 훨신 일찍 다가올 것이란 사실은 전혀 모른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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